물 좋은 여자의 조건

[이성주의 생식기 탐험] ⑪여자의 물


‘물 좋은 여자’가 물이 좋다는데, 질퍽질퍽한 여자와 까칠까칠한 여자, 누가 ‘물 좋은 여자’일까?

 

연산군의 애첩 장녹수는 질퍽질퍽해서 합궁 때 이불보를 흥건하게 적시다 못해 방바닥까지 물바다를 만들었다는데 요즘 세상에 물이 많다고 꼭 명기(名器)라고 할 수는 없을 게다. 거꾸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의 여러 지역에서는 사막처럼 바싹바싹한 질로 음경을 맞는 전통이 있지만, 물기 없는 것이 ‘물 좋다’고 볼 수는 더더욱 없다. ‘사하라 섹스’는 많은 여성에게 고문일 따름이지 않을까? 넘치는 것도 모자라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리는 여성의 물에서도 해당한다고나 할까?

 

질액(膣液)은 자궁경부의 점액과 질벽에서 나오는 물, 질과 자궁의 세포, 세균 등이 엉킨 액체다. 보통 가임기 여성은 하루에 찻잔 한 스푼에 담기는 1.5g 정도가 만들어진다. 보통 때에는 자궁경부의 호르몬 샘에서 나오는 것이 가장 많으며 성적으로 흥분하면 질 입구 두 쌍의 샘과 질벽에서 물이 슬슬 스며 나온다. 질액에서 딱딱한 성분은 대체로 자궁과 질의 죽은 상피세포이거나 질에 사는 세균들이다.

 

질의 세균은 장내 세균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인체에 유익하다. 질에는 1㎖에 1억~10억 마리의 세균이 사는데 젖산, 과산화수소 등을 만들어서 질로 침입한 나쁜 세균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죽인다. 질은 평소 pH 3.5~4.5의 강산성인데 방어 세균이 질 상피세포의 글리코겐을 유산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질에 혀를 깊숙이 넣거나 손가락을 넣어 맛을 보면 시큼하다. 나쁜 세균이 침입해서 지방이나 단백질을 분해하면 평소와는 다른 냄새가 난다. 남편이 오럴섹스를 통해서 아내의 바뀐 냄새를 안다면, ‘반(半) 의사’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정자는 어떻게 ‘강철비’보다 더한 ‘산성비’를 뚫고 나팔관까지 갈 수 있을까? 정액이 알카리 성분이기 때문에 질액과 섞여 중성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여자가 보통 머금고 있는 분비물은 투명 또는 우윳빛인데 역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물 색깔이나 냄새가 바뀌면 감염이나 병의 징조이므로 병원에 가야 한다.

 

질구멍 아래쪽에 있는 두 샘은 큰질어귀샘인데, 바르톨린샘(Bartholin’s gland)’이라고도 한다. 오럴 섹스를 한다고 그 샘을 혀로 핥거나 입술로 비비거나 잘근잘근 씹으면 여자의 궁둥이가 들썩거리며 이 부위가 촉촉해진다. 또는 일본인처럼 ‘핑거링’을 한다고 손가락으로 후비거나, 삽입 전 귀두로 똑똑똑 노크하면 투명한 액체가 스며 나와 질구멍 주위를 미끈하게 적신다. 성관계의 전주곡(前奏曲)이라고나 할까? 남자가 망울요도샘(쿠퍼샘)에서 청수(淸水)를 분비하는 것과 비슷하다. 남자는 사정(射精)을 앞두고 무색투명한 분비물을 내서 요도에서 정자가 나가는 길을 청소하게끔 한다.

 

여성의 몸이 달아오르면 VIP가 나타난다. 이때 VIP는 ‘Very Important Person’이 아니라 ‘Vasoactive Intestinal Polypeptide’의 준말로 ‘혈관확장성 장내 폴리펩티드’로 변역되는 단백질이다. VIP는 원래 장에서 발견됐고 혈관의 수축, 팽창이나 신진대사에 관련된 일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VIP는 뇌의 명령을 받아서 질 주위의 혈관에 피가 꽉 차도록 만든다. 이 혈액의 액체 성분이 삼투작용에 따라서 질 안으로 들어와서 음경과 질이 미끌미끌 엉겨붙어 춤을 추도록 돕는 것이다. 질벽에서 나오는 누출액은 물, 피리딘, 스쿠알렌, 요소, 아세트산, 젖산, 알코올 클리콜 복합체, 케톤, 알데히드 등으로 구성돼 있으니, 젊은 하녀의 질액을 보약 삼아 먹었다는 옛 양반들의 행태가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만은 없는 듯.

 

여자가 절정에 이르면 요도구멍과 질 사이에 있는 작은질어귀샘에서 분비물이 나온다. 이 샘은 스킨샘이라고도 부르는데 발생학적으로는 남자의 전립샘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나오는 성분이 남자의 정액과 같아서 여성 사정기관이라고 한다. 학계의 주류는 ‘Squirting’이나 ‘시오후키’라고 불리는 폭발적 여성 사정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작은질어귀샘에서의 ‘은근한 사정’은 있다고 본다.

 

질액이 부족한 데도 마찰이 일어나면 아프기 마련이다. 질은 남자가 전희(前戱) 없이 마구 들이대거나 여자가 성관계에 대해 무서워하거나 꺼려할 때 바싹바싹해지며 오므리기 십상. 폐경, 임신, 수유 등으로 호르몬 분비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거나 몸에서 수분을 만드는 호르몬 샘을 파괴하는 자가면역질환인 ‘쇼그렌 증후군’이 생겨도 바싹 마를 수 있다. 항히스타민, 항콜린제, 교감신경흥분제 등의 약 성분도 질을 마르게 만든다. 알레르기, 심장병, 정신병으로 약을 먹거나 피임약을 복용할 때에도 건조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횡행하고 있는 ‘이쁜이 수술’도 질 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함부로 받아서는 곤란하다.

 

질건조증을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윤활제를 쓰는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오럴 섹스를 염두에 두고 먹을 수 있는 윤활제가 대세다. 선진국에서는 향기와 맛을 놓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독특한 정책’에 따라 구식 젤을 약국에서만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입상들은 해외에서 인기 있는 질윤활제를 피부용 화장품으로 허가받아 라벨에서 ‘Lubricant’ ‘Love’ 등을 지우고 수입해서 팔고 있다. 식약처가 “해외에서 여성용으로 쓰는데…”하고 단속하면 범법자가 된다. 병원에서도 ‘원외처방’으로 화장품 질 윤활제를 권하는데, 식약처가 단속하면 불법의료행위가 된다.


성의학의 권위자인 박 모 박사는 “괜찮은 윤활제를 추천하고 싶은데 합법적인 것은 찾지 못해서 고민”이라고 말한다. 그는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로 허가받으려면 막대한 돈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거대 제약사 외에는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기존 제약사를 보호해주느라 여성 건강을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여성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까다로운 승인을 받은, 향기롭고 맛도 있는 인체 무해한 질윤활제를 제대로 안내받아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폐경 여성은 그곳이 까칠까칠해서 밤의 행복을 누리기 힘들어지고, 마음도 까칠까칠해지기 쉽다. 이런 가정은 아침도 메마르기 십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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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출생
    1965년 9월 10일 경북 고령군

    현직
    ㈜바디로 대표, ㈜코리아메디케어 대표

    학력
    고려대 철학과 학사
    연세대 보건대학원 석사

    경력
    1992~2006 동아일보 기자
    2004~2005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초빙연구원
    2009~현재 대한의료윤리학회 이사
    2010~현재 나누리의료재단 이사

    저서
    “황우석의 나라”(2006)
    “대한민국 베스트닥터”(2004)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2004)
    “인체의 신비”(2003) 등 10권

    수상
    대한민국 청년대상 신문기획보도 부문(2000)
    팬텍 과학기자상(2001)

    국내 첫 성 포털 속삭닷컴과 헬스2.0 포털 코메디닷컴을 이끌고 있다. 동아일보 의학 기자 때 약한 성기능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성 기사와 성 칼럼을 썼으며 중앙일보에도 1년 동안 성 칼럼 ‘이성주의 아담&이브’를 연재했다. 현재 아침마다 30여만 명에게 ‘건강편지’를 보내고 있다. “황우석의 나라”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 등 10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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