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가 본 창세기

'타마르의 분만'. 16세기 무명 화가의 그림.


구약성경은 기원전 6세기경에 쓰인 것으로 전하여지는데, 창세기 얘기부터 놀라운 기록이 나오기 시작한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이미 나이 많은 노인들로서, 사라는 여인들에게 있는 일조차 그쳐있었다(창세기 18:11)’

 

이는 여자가 폐경을 하면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므로 월경과 임신의 관계를 그때 이미 잘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더 놀라운 것은 아브라함이 하가르(Hagar)란 여종과 관계하여 이스마엘을 낳게 되는데, 이는 여자와 달리 남자는 늙어도 출산이 얼마든지 가능함 또한 알고 있었다는 얘기이다.

 

창세기에 쌍둥이 이야기가 두 번이나 나오는 것도 산부인과 의사인 나에게는 또 다른 흥미를 줬다. 우선 에사우와 야곱은 이란성 쌍태의 존재를 설명한다.

 

‘너의 뱃속에는 두 민족이 들어 있다(25:23)’.

 

쌍태에서 한 아기는 매우 크고 건강하며 다른 아이는 약골로 나오는 경우는 매우 흔한데 이는 주로 일란성 쌍태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소위 ‘수혈 현상(transfusion syndrome)’이라 하여 한 태반에서 대부분의 피가 한 아기로 갈 때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나 몸이 붉고 털이 많이 난 것과 같은 신체적 특징의 다름은 이란성 쌍태일 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발뒤꿈치를 잡고 나왔다’는 건 둘 다 머리부터 나오는 두위(vertex presentation)이란 얘기인데, 이는 쌍태아의 체위에 대한 얘기임으로 그 자체가 놀랍다 아니할 수 없다. 한 아기가 나오고 둘째 아기가 나온 거니까 뒤의 아이의 손이 발에 가깝게 있었다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거다.

 

유다의 아들인 에르의 아내 타마르의 얘기에 이르러서는 더 흥미를 느끼게 해 준다. 에르가 죽자 그의 동생인 오난으로 하여금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되는데 오난은 임신을 피하기 위해 ‘질외사정’을 했고 이 벌로 죽음을 당한다. 아마 인류 최초의 피임에 대한 기록일 것이다. 긴 얘기를 줄여서 타마르는 창녀 행세를 하며 시아버지인 유다와 동침을 하여 쌍둥이를 임신한다(38:25).

 

타마르의 분만 이야기는 ‘장자권’과 관계있는 얘기인데, 또 다른 놀라움을 준다. 산파가 먼저 손을 내민 아이가 장자임을 표시하기 위하여 손에 붉은 실을 묶어두었는데, 둘째였던 아이가 먼저 둔위로 분만을 한 것이다. 우리 성경은 ‘네가 틈을 뒤집고 나오다니!’라 해서 이상한 마음으로 영문의 ‘New American Bible’을 읽어보니 거긴 산파가 ‘What a breach you have made for yourself!’라고 돼 있었다. 결국 횡위(transverse lie)는 분만이 불가능하므로 둔위(궁둥이부터 나오는 아기)가 먼저 나왔다는 얘긴데, 당시로서는 도저히 꾸며 쓸 수 없는 얘기이므로 이 부분만 봐도 구약의 얘기를 믿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 앞으로는 성경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봐야 할 것 같다. 산부인과 의사가 본 창세기만 이러한데 방대한 다른 부분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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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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