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도 할 수 있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1967년 비틀스의 노래 중에 ‘내가 64살이 됐을 때’라는 것이 있었다. ‘내가 그 나이가 되어 대머리에 별 볼일 없어져도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할지, 밥이라도 해줄지’를 묻는 노래였다. 이제 팔십이 다 된 폴 매카트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묻고 싶다. 10대들에게 ‘사람이 몇 살까지 섹스를 할까?’를 물어보면 대부분이 50이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젊었을 때는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인간의 성이 끝까지 남는다는 것이다.

 

물론 전과는 다를 수 있다. 노화라는 게 소화기, 호흡기, 순환기 등 몸의 어느 부분에서건 다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끝까지 남는다는 것이다.

 

성적 매력이 좀 떨어지고, 성적 환상이 잘 안 되고, 성의 목적이 달라지고, 피부의 성적 감각이 둔해지며, 성감대도 이동하고, 사랑의 속성에도 약간의 변화가 온다고 해도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게다가 요즈음은 현대 의학이 발기부전 치료약이나 호르몬제제들을 내놔 과거에는 생각도 못했던 방법들을 주니까 성은 신체의 다른 어느 분야보다 덜 걱정해도 되는 부분이 되어간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긍정적인 변화들도 있다. 꼭 오르가슴에 이르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으며, 이성에 대한 수치심이나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들이 없어지고, 오랜 지식과 경험으로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 시행 공포 등의 불안감과 자신의 약점에 대한 열등감도 훨씬 덜하다. 허세도 덜 부리게 되고 정직해지므로 언어적 소통과 친밀감 유지와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성적 의무감도 별로 없어져 창조적인 성을 구사하기도 쉬워지며, 조루증 같은 것도 개선된다.

 

성이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저 성교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은 대단히 틀린 생각이다. 성은 그 표현 방법이 수백 가지를 넘는다. 때로는 서로 눈만 마주 보면서도 이뤄질 수 있고, 때로는 환상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으며,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성취가 그 목적이 되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들었다고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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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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